본문 바로가기
이비인후과/귀

이석증의 치료와 진단. 어지러움의 모든 것.

by NY대디 2020. 12. 1.
반응형

전공의 시절 당직을 서다 보면 꽤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환자군이 ‘이석증’입니다.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어지러움에 쓰러지고, 움직일 수도 없어 놀라서 찾아오는 환자분들이 참 많습니다. 오늘은 이석증에 대해 포스팅하고자 합니다. 평소 이석증을 앓은 분이시라면 이 포스팅을 보면서 본인의 질병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시길 바랍니다.

 

 

이석증의 정식 진단명은 ‘양성 발작성 두위성 현훈(BPPV, Benign paroxysmal positional vertigo)’입니다. 병명에 병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풀어쓰면 발작적으로 일어나고, 머리의 위치 변화에 의해 발생하는 어지럼이라는 뜻입니다. 발생 이론으로 가장 많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난형낭반(utricular macule)에 있는 ‘이석’이 떨어져 ‘반고리관’으로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반고리관에는 림프액이 차 있어서, 림프액의 움직임에 따라 몸에서는 회전을 감지합니다. 그런데 이 반고리관에서 ‘이석’이 들어가서 림프액을 움직이고, 몸은 가만히 있는데 회전한다는 신호를 주니, 환자분은 이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며 어지럽다고 느낍니다. 왜 어지러움을 느끼시는 지 이해가 되시나요?

 

난형낭의 이석이 떨어져, 반고리관 중 하나로 들어가면 어지러움을 유발한다. by NASA, wikimedia commons

 

이석증의 절반 정도는 원인을 알 수 없습니다. 그 외에 알려져 있는 원인으로는 두부외상(보통 교통사고 후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돌발성 난청, 전정신경염 등이 있습니다. 또한 보통 나이가 증가할수록 발병률이 증가합니다.

 

이석증의 특징적인 증상들

환자분들이 어지럽다고 오셨을 때, 증상에 대한 질문만 잘 해도 검사 없이 이석증을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먼저 회전성 어지러움을 호소하시는데요, 회전성 어지러움이 뭘까요? 천장의 형광등을 보면 검정 화살표 모양으로 움직이거나, 빨간 화살표 모양으로 움직입니다. 그게 아닌 눈 앞이 캄캄해진다거나, 시야가 흐려지는 건 회전성 어지러움이 아닙니다.

 

검정 화살표와 빨간 화살표의 차이는 이석이 들어간 반고리관의 종류에 따라 결정됩니다.

 

 

또한 짧게 지속되는 어지러움도 특징적입니다. 보통 세상이 확 돌다가 가만히 있으면 30초 이내로 가라앉습니다. 물론 한 번 어지러움이 발생하면 하루 종일 처지고 두통, 구역감이 유지되지만, 확실히 빙글빙글 도는 어지러움은 가만히 있으면 금방 가라앉습니다. 만약 가만히 있어도 수 시간동안 지속되면, 이석증이 아닙니다.

두위 변환에 의해 발생하는 것도 특징적입니다. 보통 아침에 침대에서 누워있다가 앉을 때(앉은 자세에서 일어나는 것과 다름), 옆으로 돌아 누울 때, 위를 쳐다보거나 고개를 숙일 때 어지러움증이 시작한다면 이석증을 가만히 의심할 수 있습니다.

 

이석증의 진단과 치료

이석증으로 병원에 가보셨던 분이라면, 침대에 앉아서 검사자가 고개를 한 쪽으로 45도 정도 돌린 뒤, 뒤로 확 눕고, 반대쪽으로도 해보고, 바로 누워 고개를 오른쪽, 왼쪽으로 돌려보셨던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이 검사는 Dix-Hallpike test, Head roll test라는 것인데, 한 쪽당 3개씩 있는 반고리관 중 어느 반고리관에 이석이 들어갔는지 확인하기 위한 검사입니다.

치료도 검사와 비슷한데, 검사를 통해 어느 반고리관에 이석이 들어갔는 지 확인한 뒤에,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반고리관의 이석을 다시 원래 자리로 돌려놓습니다. 이를 ‘이석정복술’이라고 하고, 반고리관의 위치에 따라 Epley법, Barbecue법 등으로 부릅니다. 여기부터는 의사에게 맡기시고, 환자분들은 이렇게 치료한다는 정도만 아셔도 괜찮습니다. 경험해보신분은 아시겠지만, 이 치료는 상당히 극적입니다. 새벽에 어지러움으로 응급실에 실려와서 고생하시다가 이석정복술 한 번에 감사의 눈물을 흘리며 귀가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 외에 약제를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전정기능 억제제’를 주로 투여합니다. 전정기능이란, 몸의 균형을 감지하는 기능으로, 전정기능 억제제를 통해 양측이 균형을 감지하는 기능을 억제합니다. 예를 들어 오른쪽의 이석증으로 전정기능이 50%로 줄었다면, 전정기능 억제제를 투여해 양측 모두 30%로 줄여서 차이를 없애는 겁니다. 그러므로, 전정기능 억제제는 급성기에 투여하되 장기적으로 복용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또한 은행잎 추출물(ginkgo)는 말초 혈관의 혈류량을 증가시켜 전정기능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석증 치료에 좋은 음식을 찾아서 드실 필요는 없습니다. 은행잎 추출물 또는 ATP, 아연(zinc)등은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 평소에 드시는 종합비타민제 정도로 보충할 수 있습니다.

 

어지러움으로 고생하시는 환자분들은 너무 불안합니다. 이석증인지 모르는 환자분들은 갑작스런 세상이 뒤집히는 어지러움에 혹시 뇌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매우 불안합니다. 이석증으로 이미 진단 받은 환자분들은 언제 다시 재발할 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하고, 재발을 했다가는 운전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 많은 불편감을 가집니다. 하지만, 이석증 환자분들은, 두위 변환이 없으면 어지러움은 쉽게 재발하지 않습니다. 또한 어지러움이 발생하면, 눈을 감고 가만히 계세요. 어지러움은 반드시 짧은 시간 내에 가라앉습니다. 그 후에 상비해둔 전정기능 억제제와 항구토제를 복용하고, 재발하면 이비인후과에 방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