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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아빠의 육아 일기

대학병원 산부인과에서 출산 후기, 일반 산부인과와 비교하면...

by NY대디 2020.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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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딸이 처음으로 세상의 공기를 맞았다오랫동안 기다리던 임신이었고, 그만큼 소중한 아기였다아기는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에서 제왕절개를 통해 태어났다. 산부인과를 선택할 때 많은 고민을 했는데, 대학병원과 로컬의 산부인과는 각각 장단점이 있다. 경험 면에서는 로컬도 밀리지 않지만,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다각적인 과의 접근이 필요한 응급상황에서의 대처는 대학병원의 장점이기에 대학병원을 선택했다. 하지만 서비스나 친절도에 있어서는 로컬 산부인과가 더 우세할 것이다.

태어나서 아마 간단한 확인 절차만 거친 뒤 내 앞에 나타난 아기는, 너무나도 작았다태지에 잔뜩 둘러싸여 있고, 최소한의 움직임만 보이는 아기는, 어쩌면 드라마에서 재현할 수 없는 모습이기에 더욱 처음 보는,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어안이 벙벙했던 나는,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감동의 눈물을 쏟지는 못했고, 산모와 아기가 건강한 지 확인을 겨우 하고 설명할 수 없는 벅찬 감격만을 느끼며 수술장을 떠났다.

다시 병실로 돌아온 나는, 수 시간 뒤에야 회복된 아내를 볼 수 있었고, 그로부터 수 시간 더 뒤에야 신생아실에서 관찰이 끝난 딸을 병실에서 만났다요새는 태지를 억지로 제거하면 아토피 등의 피부염 질환의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서 태지를 바로 제거하지 않는단다덕분에 노랗고 하얀 각질로 얼룩덜룩한 딸이었지만, 고슴도치도 자기 자식은 안아프다고 했었나, 이쁘기만 하다.

너의 첫 하품, 너의 첫 재채기, 너의 첫 딸꾹질. 모든 생리 현상이 신기하고 기억나는 날이었다.

첫 날은 미리 적어둔 편지와 레터링 풍선을 선물해주면서 아내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생화는 병원에 반입이 안되지만, 레터링 풍선은 반입이 가능했기에 기막힌 선택지였다. 그렇게 첫날 밤이 무사히 가는 듯 하였으나

첫 날 밤 아내에게 수술 후 발열이 발생했다. 수술 후에 발열은 환자에게 흔한 일이라 그동안 주치의로서 셀 수 없이 많이 보았던 케이스인데, 이렇게 환자 입장에서 불편한 증상일 것이라는 생각은 못해보았다. 병동 간호사도 38도 이상의 열이 아니므로 미온수 마사지를 권유하고 나갔는데, 문제는 동시에 딸이 울면서 병실로 들어왔다. 새벽 두시 반.

처음이었다. 분유를 먹이는 것도, 기저귀를 갈아주고 엉덩이를 물티슈로 닦아주는 것도. 그리고 빈 틈을 타서 아내의 몸을 미온수로 젖은 수건으로 닦아주었던 그 시간. 나의 인턴 첫 날이 아마 비슷했던 것 같다.

덕분에 둘째 날 오전에는 제대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삼성, 아산 병원 같이 큰 병원은 모자동실, 즉 엄마와 아기가 병실에 함께 있는 시스템을 강력하게 운영 중이다. 첫째 이유는, 소아과 친구들에 의하면 이는 모자간 연대감 형성에 매우 중요하므로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라서. 그리고 추가로, 병원 평가에 아마 모자동실 시행률이 반영되는 듯(?). 하여튼 모자동실은 하는 것이 아기에게 좋은 것은 명확하나, 대부분의 local 병원에서는 이를 시행할 수 없다. 산모가 피곤하기 때문에하여 상황을 알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

둘째 날에도 쉴 수 있을 때가 되면 다시 아기가 방으로 오고, 먹이고, 기저귀 갈고, 재우고, 달래고의 사이클이 반복. 그 와중에 아내는 저녁부터 슬슬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Gas out이 되지 않고, 아랫배가 아픈… ileus(장폐색증)으로 보여 주치의를 호출했는데지난 일이지만 그 날의 해결책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나는 전공의 때 저렇게 하지 않았던 것 같아서 더욱 서운했지만, 진상 보호자가 되지 않기 위해 꾹 참았다.

나흘째, 우리는 퇴원했다. 미리 준비한 바구니 카시트에 아기를 데리고, 조리원으로 떠났다. 처음으로 나서는 아기의 바깥 세상. 운전은 2차선으로만, 부드럽게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신생아 수면유도 음악이 흐르는 차안에서, 배고팠는지 아기는 울기 시작했다. 카시트에서 빼지도 못하고, 잠실역 근처 낮 12시 경의 송파대로는 왜 그리 차가 많은지조리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우리 둘은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2020/11/10 - [초보 아빠의 육아 일기] - 조리원은 필수? - 초보 아빠의 산후조리원 생활기

 

조리원은 필수? - 초보 아빠의 산후조리원 생활기

요새 TV에서 하는 프로그램 중, ‘산후조리원’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마침 나의 상황으로 인해 재미있을 것 같아서 1화부터 챙겨보았는데, 극이 과장되기는 했지만 충분히 공감하며 즐기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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