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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인후과/코

‘냄새가 안나요’, ‘냄새를 못 맡아요’ 무후각증의 원인과 치료

by NY대디 2020.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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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냄새가 안나요’, ‘냄새를 못 맡아요라며 오시는 무후각증에 대해 포스팅하겠습니다. 후각 물질에 대한 민감도가 감소하거나, 이상후각을 느끼는 경우를 통칭하여 후각장애라고 합니다. 후각장애에는 아예 냄새를 못 맡는 후각소실(=무후각증), 후각이 감소된 후각감퇴, 냄새를 다르게 느끼는 착후각, 없는 냄새를 느끼는 환후각, 정상보다 심하게 느끼는 후각과민이 포함됩니다.

후각소실은 이비인후과 의사의 입장에서도 단기간에 큰 호전을 보이는 경우가 많지 않아 치료가 쉽지 않은 질환입니다. 그에 반해 환자분의 불편감은 매우 큽니다. 후각이 감소하면 미각도 크게 저하되어 맛있는 음식을 섭취하는 즐거움이 떨어집니다. 즐거움이 떨어지는 것 뿐만 아니라, 상한 음식이나 화재 등의 위험한 상황을 피하기 어려워지고, 본인에게 나는 냄새 등을 감지하지 못해 사회적 관계를 맺음에 있어서 문제가 생기는 등, 다양한 불편감을 호소하시며 내원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냄새를 왜 못 맡게 되나요?

먼저, 냄새를 인지하게 되는 기전을 아주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비강의 상부에 후각상피가 있으며, 후각상피에는 후각수용세포가 있습니다. 이 후각수용세포에 냄새를 일으키는 물체가 결합하면, 후각수용세포가 전기 신호를 발생시켜, 연결된 여러 신경을 통해 대뇌를 자극하면, 우리는 냄새를 느끼게 됩니다.

CT의 노란 원으로 표시된 부분에 후각상피세포가 모여있다.
노란 타원에 냄새를 일으키는 물질이 붙어야 신경들이 자극된다. by wikimedia commons

 

후각장애는 냄새 분자가 구조물에 막혀 후각수용세포에 도달하지 못하는 전도성 후각장애, 후각점막의 손상이나 전달 신경계통의 문제로 발생하는 감각신경성 후각장애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도성 후각장애는 수술이나 약제를 이용하여 가로막는 구조물을 제거하면 다시 냄새를 맡을 가능성이 있지만, 감각신경성 후각장애는 후각을 다시 되살리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1)    코의 질환

비염, 비부비동염, 코의 물혹(비용) 등은 전도성 후각장애의 가장 많은 원인을 차지합니다. 염증으로 인해 후각상피로 가는 길목이 막히는 경우는 일시적인 후각장애를 보이지만, 만성화되면 지속적인 후각소실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2)    상기도 감염

이 역시 흔한 후각장애의 원인 중 하나, 상기도 감염이 해결된 후에도 지속적인 후각장애가 남아있는 경우입니다. 바이러스에 의해 후각상피세포가 직접 손상을 받거나, 후각전달경로가 손상을 받게 될 수 있습니다. 감기 걸린 뒤 발생한 후각장애가 이에 해당하는데, 코의 점막이 부어서 생긴 일시적인 경우라면 점막이 가라 앉은 뒤 후각이 회복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점막 붓기가 가라앉은 뒤에도 후각장애가 있다면, 바이러스에 의한 감각신경성 후각장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3)    머리의 손상

두부손상은 후각장애의 원인 중 약 15%를 차지하며, 교통사고 등의 머리 충격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두부외상에 의한 후각장애는 특별한 치료가 없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악화됩니다.

4)    노화

후각기능 감소는 정상적인 노화의 현상입니다. 마치 노화로 인해 청력이 떨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보통 65세 노인의 50% 이상에서 발생하며, 특히 남자에게 더 심하게 나타납니다. 후각상피세포의 감소, 후각전달경로의 광범위환 퇴화 등이 원인입니다.

5)    기타

그 외에도 알츠하이머, 파킨슨 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초기 증상으로 후각장애가 발생하기도 하며, 작업장에서의 화학물질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당뇨병, 비타민 A, B1 등의 결핍도 후각 장애의 원인이 되며, 코 수술로 인해 후각상피 부근에 손상이 일어난다면 이 역시 후각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간혹 뇌 안의 종양 역시 후각 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냄새를 못 맡으면 어떤 검사를 하나요?

후각은 주관적인 느낌이므로 평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KVSS(Korean Version of Sniffin’ Sticks test)라는 검사로, 냄새를 맡는 강도, 냄새를 인지하는 능력, 다른 냄새를 감별하는 능력으로 나누어 판단하고, 점수를 기준으로 후각능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냄새로 코를 자극한 후에 직접 후각상피에 나타나는 전위를 확인하는 전기후각검사 등이 있지만, 흔히 사용하는 검사는 아닙니다.

 

냄새를 못 맡는 무후각증, 치료가 될까요?

앞에서 말씀드렸듯, 전도성 후각장애는 감각신경성 후각장애에 비해 상대적으로 치료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본적으로 스테로이드 복용으로 치료는 시작됩니다. 스테로이드는 강력한 항염제로, 비강과 부비동의 염증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또한 비강 내 스테로이드 분무제 역시, 코의 물혹의 크기를 감소시켜 후각장애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만성 비부비동염, 코의 물혹, 심한 비중격만곡증 등의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이라면, 수술로 이 구조물을 제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로 오랫동안 후각세포가 자극받지 않아 퇴화한 경우라면, 막고 있는 구조물을 제거한다 해도 후각이 돌아오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스테로이드 사용 및 수술 등에 효과가 없는 경우, 여러 냄새에 의한 반복적인 후각훈련이 후각기능의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고 있습니다. 후각훈련에 대해서는 현재도 활발히 연구 중입니다. 기본적인 개념은, 친숙한 향의 시약을 이용하여 매일 수 차례 반복하여 후각을 자극하는 방법입니다. 후각훈련으로 치료하는 방법은 개인 이비인후과 의원보다는 대학병원 급의 큰 병원으로 문의하시길 추천드립니다.

 

후각장애 환자 일부는 후각신경의 재생에 의해 수년에 걸쳐 자연적으로 회복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시각, 청각 같은 감각세포이므로 쉽게 회복시키는 약이나 침술 같은 방법은 없습니다. 눈이 맑아지는 약을 먹는다고 시력이 증가하지 않고, 귀가 맑아지는 약을 먹는다고 청력이 증가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후각에 대해서는 다른 감각에 비해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검사가 어려워서인지, 후각을 되돌릴 수 있다고 광고하는 대체의학이 많습니다.

하지만 후각을 회복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한 걸음 떨어져 생각해보면, 거금을 들어 주고 산 약이 후각세포를 다시 재생시켜 줄 것 같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먼저 후각을 감소시키는 원인을 의학적으로 확인한 뒤, 큰 문제로 인한 후각 감소가 아니라면 조급한 마음을 잠시 접어두고 천천히 치료에 다가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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