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축농증이래요. 축농증이 뭐죠? 약으로 치료가 되나요?

이번 포스팅은 축농증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축농증이 의심된다고 들어보신 분도 계실겁니다. 축농증이란, ‘농이 차는 증상’이라는 뜻이죠. 어디에 농이 차는가? 바로 ‘부비동’이라는 공간에 농이 차는 것입니다. 부비동은 ‘코 근처의 동굴’이란 뜻으로, 한쪽 당 4개, 사진에서 (1)전두동, (2)사골동, (3)접형동, (4)상악동 총 8개가 있습니다. 여기에 농이 차는 것을 축농증이라고 합니다. 정식 용어는 부비동염이 맞고, 보통 비염과 함께 오기 때문에 비부비동염으로 부르는 것이 더욱 적합합니다.

비부비동의 그림, Head_anatomy_anterior_lateral_views.svg : Patrick J. Lynch, medical illustrator

즉, 지금부터는 비부비동염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비부비동염은 급성, 아급성, 만성으로 나눕니다. 이를 나누는 이유는, 치료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발병 기간이 4주 이내이면서 약물 치료로 완전 회복되는 경우 급성, 12주 이상 지속되고 외과적 치료를 요하는 경우 만성이라고 합니다. 아급성은 그 사이의 기간인데 크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축농증의 원인은?

그럼 축농증(비부비동염)은 왜 생길까요? 크게 세 가지의 원인이 있는데, 부비동의 입구가 막히거나, 밖으로 분비물을 밀어내는 섬모의 움직임이 비정상적이거나, 분비되고 있는 분비물의 양상이 정상적이지 않을 때 발생합니다. 보통 바이러스 또는 세균에 감염이 되면 점막이 부어서 동굴의 입구가 막히거나, 섬모의 움직임이 장애가 생겨서 비부비동염이 생길 수 있고, 비강 내 구조적인 문제도 비부비동염의 원인이 됩니다. 예를 들면, 비중격 만곡증이나 코 안의 물혹 등이 있습니다. 또 곰팡이균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루겠습니다.

증상은 코막힘, 누렇고 냄새나는 콧물, 안면부 통증, 발열, 후비루 등 다양합니다. 특히 안면부 통증, 두통, 안구 통증은 어떤 부비동에 염증이 생기는지에 따라 다양합니다. 보통 누런 콧물이 7일 이상 지속되면 세균성일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진단을 위해서는 이비인후과를 가야합니다. 내시경으로 코 안을 보고 구조의 이상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콧물이 누런색이면 비부비동염의 감별을 위해 다른 병원 말고 꼭 이비인후과를 가시는 게 좋습니다. X-ray는 2차원 단면에 압축한 영상이기 때문에, 크기가 큰 상악동 외에는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CT 촬영을 통해서만 정확한 해부학적 구조와 분비물의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축농증의 치료는?

급성 축농증(비부비동염)은 이른 시기에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비부비동염이 무서운 이유는, 전두동, 사골동, 접형동은 뇌 아래 부분에 있고, 사골동과 상악동은 눈 주위에 있기 때문에, 염증이 주위 기관으로 파급되면 생명에 위협이 되기 때문입니다. 세균성으로 의심되는 경우라면 비강 세척과 적절한 항생제를 충분한 기간 동안 사용해야 합니다.

비강 세척은 한 때 이상민씨가 SBS의 한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장면이 전파를 탄 뒤 환자분들도 거부감이 많이 줄었습니다. 생리식염수를 한 쪽 비강으로 쏴주면, 다른 쪽 비강으로 나오게 하여 코 안의 분비물, 즉 누런 콧물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비강세척은 급성 축농증에서 첫 번째로 권유되는 치료법이며, 다음에 포스팅 할 축농증 수술 뒤에도 한 달 이상 지속해주어야 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후에 비강세척에 대해서 자세히 포스팅 하겠습니다.

항생제는 1차 약제인 Amoxicillin-clavulanate를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약제 반응이 시원치 않으면 2차 약제로 변경하여 사용합니다. 증상이 좋아져도 재발의 위험을 최소화 하기 위해 3~7일 간 더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즉 전체 치료기간은 짧으면 10일이고 보통은 더 길어집니다.

이걸 설명 드리는 이유는, 먼저 급성 비부비동염 환자로 오시는 분들 중 약을 3일 드시고 안 낫는다고 화내면서 오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3일이면 약의 반응을 평가하기 최소한의 시간에 불과합니다. 또, 4일 드시고 좋아졌다고 자의로 중단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또는 다음 진료 예약에도 병원이 더 오지 않는 분도 있죠. 약의 반응을 보고 며칠간 더 사용할 수도 있으므로 다시 오시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정리하면 급성 축농증, 혹은 급성 비부비동염은 비강 세척과 항생제 복용으로 치료가 가능합니다. 만성 축농증, 혹은 만성 비부비동염과 수술은 다음 포스팅에 이어집니다.

2020/11/13 - [이비인후과 - 코] - 축농증 수술을 받아야 한대요, 수술 합병증이 걱정돼요!